영어 공부 도전기 "7. 영어로 잠꼬대를 한다?"
# 2005년 6월 16일, 영절하 공부법 6주 차 목요일
소초에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같은 소초에서 함께 생활을 하던 후임이 뜬금없이 내게 말했다.
"OO 상병님 어제 자면서 잠꼬대하시던데 말입니다. 근데 그게 영어로 잠꼬대를 하시는 것 같던데 말입니다."
사실, 나 스스로는 잠꼬대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자면서 무슨 말을 중얼중얼하는지는 무의식 상태에 있을 것이니 기억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해주니,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긴 했다.
그래도, 나름 한 달 하고도 2주를 더 영어와 씨름을 하고 지내서 그런 것인지, 이제는 서서히 몸이 어느 정도 영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아직까지는 영어를 하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지만,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슬슬 영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임의 말을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금 정도 되니 처음에 영절하식 공부법의 2단계에 막 들어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혓바닥이 어느 정도 유연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부터 슬슬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혀가 유연해지기 시작하니, 처음에는 영어를 읽는 것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예전에 비해서는 힘도 적게 들어가는 모습이었고, 뭔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공부를 하는 것이 보다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이다.
지금까지, 공부를 시작한 지 6주가 흘렀고, 영절하식 공부법 2단계에 돌입한 지는 3주 정도가 흐른 시점에서, 23개의 "SITUATION" 중에서 어느 새 14개의 상황을 해결하게 되었다고 할까? 물론 완벽하게 테이프에서 성우가 녹음한 것처럼 따라 읽는 수준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최소한 점점 더 영어를 읽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 그럴싸한데?
2단계의 대본을 가지고 성대모사를 하는 식으로 여전히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미리 만들어 놓은 대본을 가지고 열심히 따라 읽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했다.
"오~ 꽤 그럴싸한데?"
순간 부끄러운 마음에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누구인지 확인을 해보니, 함께 소초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선임이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그 선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의외의 칭찬을 들어볼 수 있었다. 지금 내 영어 발음이 영문학을 전공한 자신의 친구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오히려 더 괜찮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혼자서 이렇게 책에 적힌 방법 하나만을 따라서 꾸준히 해오고 있던 상황이었던지라, 피드백을 해 줄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같은 상황이 되니, 이 방법에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꾸준한 반복을 통해서, 이제는 제법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는 올라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7주 차 화요일, 드디어 첫 번째 테이프 성대모사를 끝냈다.
영절하식 공부법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43일째, 드디어 첫 번째 영어 테이프의 성대모사를 끝낼 수가 있었다. 오늘 마지막 남았던 2개의 "SITUATION"을 마무리했던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가지 한 번 다 해보긴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조금은 미숙한 부분이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제 한 번은 성대모사를 끝냈으니, 다시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듯했다. 바로 3단계로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2단계를 조금 더 충실히 수행하고 난 뒤에 3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인지에 관하여 말이다.
이번에도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갈 때 결심을 했듯이, 우선 3단계로 넘어가서 해보고, 3단계가 여의치 않으면 다시 2단계로 다시 회귀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물론, 아직 불완전해 보이는 2단계를 보완하기 위해서 자기 직전에 2단계 대본을 보고 성대모사를 하는 것을 한 번씩 해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영어 공부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 영절하식 영어 공부법 3단계에 진입을 하게 된 것이다. 총 5단계까지 있는 영절하식 공부법 단계에서 3단계에 진입을 했으니, 이제는 절반은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물론 3단계의 작업은 굉장히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태까지 해왔듯이 천천히 꾸준히 어휘력을 확장해나가면 언젠가는 끝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뛰어들게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절하식 공부법을 통해서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 이제는 삶도 살짝 바뀌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으면 그저 시간이 생기면 쉬기 바빴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제는 영어 공부를 하는 즐거움을 찾아버렸다고 할까? 영어 공부가 마치 삶의 일부분이 되어 버린 것 같은 그러한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 공부를 오래 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에 내가 변한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 영절하식 공부법 3단계에 진입하다.
영절하식 공부법 3단계는 여태까지 내가 만들어 놓은 대본에서 모르는 단어를 영영사전에서 찾아서 해설과 예문을 적고, 그 해설과 예문에서 또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또 그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서 살펴보는 방법이었다. 이 작업을 모르는 단어가 더 이상 없을 때까지 반복을 하고, 여기에서 단어를 약 한 시간 정도 옮겨 적은 후, 단어 찾기를 중단하고 적어놓은 것을 다시 큰소리로 낭독하는 것이 영절하식 공부법 3단계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렇게 "모르는 것이 없을 때까지"라는 말이 살짝 걸리긴 했다.
모르는 것이 없어질 때까지 라면... 사전 두께만 봐도 상당히 두꺼운데, 여기 있는 내용을 옮겨적고, 읽어보고 하는 시간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소모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건 마치, 군생활보다도 더 막막해 보이는 그러한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군생활은 최소한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는 기간이 정해져 있었으니, 이건 그러한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제 드디어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가져왔던 영영사전을 써먹을 기회가 찾아왔다. 우선 대본에서 가장 처음 받아 적었던 문장을 보고 여기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았다. 가장 처음으로 받아 적었던 문장은 바로 "Don't ever study English."라는 문장이었는데, 여기에서 "EVER"라는 단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우선 "EVER"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한 번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EVER"라는 단어에는 정말 많은 뜻이 있는 모습이었던지라... 그 분량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인지라 무식하게 그 수많은 뜻과 예문을 모조리 노트에 옮겨 적었다. 초심자의 패기라고 할까? 마치 영영사전에 있는 것들을 모두 옮겨 적어보겠다는 기세로 3단계 과정에 임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했던 영영사전은 "COLLINS COBUILD"라는 영영사전이었는데, 다른 영영사전을 택하지 않고 이 사전을 택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는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의 저자 정찬용 씨가 책에서 추천을 하기도 했었고, 두 번째는, 이 사전에서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이 문장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영영 사전을 보면서 문장 구성도 함께 볼 수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CONCRETE"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등장하는 모습이었다.
[NOUN] Concrete is a substance used for building which is made by mixing together cement, sand, small stones, and water.
[VERB] When you concrete something such as path, you cover it with concrete.
[VERB] When you concrete something such as path, you cover it with concrete.
이렇게, 문장으로 이루어진 설명이 주를 이루었는데, 상대적으로 "WHEN"이나 "IF"를 활용해서 문장을 만들어 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사전에서 자주 보게 되는 구문에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그러한 기회가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절하식 공부법을 소개해 둔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사전에서 반복되는 구문을 자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문법 내용"도 터득하게 된다고 주장을 했었는데, 그렇게 되리라고 희망하면서 3단계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 영절하식 공부법 8주 차, 2개월이 되었다.
군대에서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에 소개된 방법인 "영절하식 공부법"으로 공부를 시작한 지도 이제 벌써 8주가 흘렀다. 거의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영어와 씨름을 하면서 보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 이렇게 "영절하식 공부법"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에는 "일본식 영문법"을 위주로 공부를 하는 공부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방법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방법을 활용해서 이미 성공한 사례가 되었다면, 크게 눈초리를 받지도 않았을 것인데, 지금 하고 있는 단계이다 보니 뭔가 나를 이상하고, 수상하게 바라보는 눈초리가 있기도 했다. 누군가는 아예 대놓고, "너 그렇게 해서 되긴 되냐?", "뭐 좀 알고 하는 거냐?"하는 식으로 무시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제 이렇게 무식해 보이고 무모해 보이는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그것을 2개월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보이는 단계가 되니,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저 녀석 뭐하냐... 그렇게 해서 되겠어?"라는 반응에서 이제는 "나도 너 공부 시작할 때 같이 할걸..."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제법 생겨났으니 말이다.
고작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법 듣기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된 상황이고, 발음도 어느 정도 잡힌 상황이 되었으니, 그리고 이제부터는 3단계 과정을 통해서 어휘와 문법을 확장해나가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왔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군대라는 제한적이고 독특한 환경에 처하고 있었기에, 사회와 비교해서 본다면 공부를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라는 점이다. 밖에서 공부하듯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했다면, 더 빨리 많은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 영절하식 공부법 9주 차, 여전히 3단계... 하지만 큰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영절하식 공부법을 활용해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3단계에 돌입해서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어휘나 표현 같은 것들이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온다. 물론 첫술부터 배가 부를 리가 없겠지만, 이렇게 소강상태가 지속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드니, 살짝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GOP"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 GOP에서는 소초 단위로 생활을 하기에, 개인적으로 혼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대본을 가지고 혼자서 영어로 중얼중얼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은 있었다는 점이었다. 예비대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 뭔가 손으로 쓰면서 하는 공부는 하기에 좋다고 할 수 있어도, 이렇게 중얼중얼 말로 하는 공부는 하기 힘든 환경인지라, GOP에 있을 때, 말로 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연습해서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절하 3단계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한 길이었던 것 같다. 특히 문법적인 지식과 단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이었으니... 마치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그러한 상황이라고 할까?
뭔가 공부를 하긴 하지만,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특별히 무언가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슬슬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드는 걱정은 이렇게 하다가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러한 걱정이었다.
습관이라는 것, 한 번 만들기는 정말 힘들지만, 한 번 무너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정말 손쉽게 무너지기 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하루만 잠깐 방심을 하더라도, 여태까지 쌓아 놓은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릴 수 있다는 것. 그 위험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찾아온다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였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습관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귀찮고 피곤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정말 장기전 체제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공부하는 습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잠시만 방심하게 되면, 그새 몸은 편한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만 추구하려고 할 것이니 말이다.
# 10주 차, 2개월간 볼펜 2개를 모조리 다 써버렸다.
영절하식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 보낸 시간이 이제는 벌써 10주 차가 되었다. 무려 9주라는 시간 동안 빠지지 않고, 꾸준히 이 공부법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보내왔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당연히 "볼펜"으로 써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게 되기도 했다. 2단계를 거치면서 대본을 쓰는데 볼펜을 사용하기도 했고, 3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전에서 단어와 표현을 옮겨 적으면서 볼펜을 많이 소모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에도 다 쓰기 어려웠던 볼펜을 무려 2개나 다 소모하는 그러한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의외로 군대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은 역시 극한 상황에 몰려야,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일까?
글이 도움이 되셨나요? 영어 공부의 글은 페이스북, 카카오, 브런치 채널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engstudyweb/
카카오 채널 ☞ https://story.kakao.com/ch/engstudyweb
브런치 페이지 ☞ https://brunch.co.kr/@theuranus
이미지 맵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