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의 이야기 14 "합격 이후의 이야기"
"2월 20일 일요일"
편한도라는 편입 카페를 둘러보고 있다. 이제야 여유를 찾은 것이다. 이런 카페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나서야 이런 곳이 있다는 곳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1차 합격자 발표가 있고 나서야 이런 카페가 있는지 알았다.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 같다. 불과 3일이었지만, 지옥 같았던 학원생활을 끝내고 오랜만에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 합격 게시판이 있기에 들어가서 글을 하나둘씩 살펴본다. 글을 살펴보던 중, 한 글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성대 영문학과 작년 합격생입니다."
▲ 작년 합격생이 올린 글
호기심이 동했기에, 글을 한번 클릭을 해본다. 글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24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는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서 잠시 얼굴이나 보고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는 글이었다. 어차피, 오리엔테이션은 가야 할 것 같으니, 나도 댓글을 달아놓았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시작해야 하는 학교 생활이다 보니,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스캔들"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글이었는데, "성균관대 영문과 편입생 합격자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 다른 합격생이 올린 글
이번에도 호기심이 동해, 클릭을 해보니, 어차피 같이 학교를 다닐 것이니, 학교 다니면서 밥이나 같이 먹고 하자는 그런 글이었다. 네이트 메신저 주소를 올려두었기에, 네이트에 접속을 해서 추가를 한다. 네이트에서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9시쯤에 메신저에서 합격생들끼리 모여서 정모를 하자고 한다. 이 분은 아마도 여러 군데서 연락을 받은 모양이다.
'9시까지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그렇게, 오랜만에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내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본다. 저녁에는 오래간만에 친구들도 만난다.
친구들과 만나면서 축하도 받고… 9시가 된다. 네이트에 접속을 하니, 약 5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로 간단하게 소개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졸업요건이라든가, 당장 내일부터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데 어떤 수업이 비교적 괜찮은지에 대해서… 그리고 24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다는 것 등에 대해서 말이다. 합격생의 여유가 채 가시기도 전에 수강신청의 압박을 느껴야만 했다. 합격생의 여유… 그리고 합격생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고민…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2월 21일 월요일"
갑작스럽게 합격한 탓에, 여기저기서 축하 문자와 전화가 온다. 처음으로 큰 시험에서 합격을 한 탓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정말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주말을 보낸 것 같다. 이제 학원은 환불을 하고, 성균관대로 등록을 하는 것으로 어머니와 이야기가 끝이 났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서, 시내로 향한다. 우리은행으로 들어가서, 등록금 고지서를 보여주니, 알아서 해준다. 등록금 고지서를 받은 은행 직원은 고지서를 보더니,
"날짜가 오늘 하루밖에 안되네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추가합격이라서 그런 듯하다. 날짜가 하루밖에 안되니, 우선 급한 것부터 해결을 하고, 송원학원으로 향한다. 아마 11시쯤 되었을 것이다. 1층 입구로 통과를 해서 교무실로 가려고 하는데, 1층 로비에 계시던 진만영 선생님이 나를 부른다.
"강현아, 몸은 괜찮냐?"
"네?"
…
"아! 선생님 저 성균관대 합격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합격통지서를 보여준다.
"그래, 잘됐다. 축하한다. 얼른 환불받고 나중에 술 한잔 하자."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1층에서 환불을 받기 위해, 카운터에 있는 분께 향하고, 진만영 선생님은 수업이 있는 관계로 먼저 올라가셨다.
"저기, 학원 환불받으려고 하는데요."
"네, 합격증 좀 보여주세요."
합격증을 건네주니, 올라가서 담임선생님께 확인을 받고 다시 내려오라고 한다. 교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서, 교무실로 들어가니, 마침 담임 선생님이 계신다.
"너 이 쉙! 어디 갔다가 이제 기어 들어와?" 나는 말없이 합격 통지서를 보여준다.
"그래, 진작 이랬어야지, 이게 맞지. 내가 이야기했었다 아이가? 맞제? 축하한다."
내가 가져온 합격 통지서에 갑자기 교무실은 시끄러워졌다.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래도 여기 와서 합격한 거니까 후배들 학원으로 많이 델꼬 온 내이." 원장으로 보이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자, 확인서 써주꾸마." 담임 선생님은 그렇게 이야기한 후, 출석부에서 내 이름을 찍찍 긋는다.
"그래, 내가 이야기한 대로 1명은 이제 보냈고, 한명만 더 보내면 되는데… 자 여기 있다. 가봐라."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내게 확인증을 건네준다. 확인증을 받아 들고 교무실에서 나온다.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는데, 담임 선생님과 처음에 나를 상담해주셨던 박승찬 선생님 이렇게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게 되었다.
"강현아, 넌 그냥 수학하지 말고 영어 해라." 승찬 선생님이 이야기하신다.
"그래 인마, 니 이제 여자친구도 좀 사귀고 사람처럼 살아봐라." 담임 선생님도 이야기하신다.
…
그렇게, 다시 우리는 1층으로 내려오고, 나는 환불을 받으러 다시 창구로 간다. 창구로 가는데, 승찬 선생님이 내게 말한다.
"이제 선생님이라고 하지 말고 형이라고 불러, 나중에 대구 오면 연락해. 술 한잔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근데 연락처를 좀…"
"내가 적어줄게, 그런데 종이가…"
급한 대로, 합격증 뒤쪽에 연락처를 받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수업이 있어서 들어가시고 난, 환불을 받으러 간다. 학원 수업료는 환불을 받았고, 이제 책을 환불받을 차례다. 다시 강의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서 사물함에서 책을 꺼내온다. 딱히 내가 본 책은 수학 1,2 두 권뿐이었기 때문에, 그 두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새책인 상황이라, 서점에서도 말없이 환불을 해주었다. 그 수학책 2권은 딱히 필요는 없었지만, 환불이 되지 않았기에 추억용으로 간직을 해둘까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급식비 환불, 아니, 아직 급식비는 결제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가 먹은 3일 치만 계산을 하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되기까지는 아직 30분 정도 남은 것 같았다. 매점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게 얼마만에 맞는 여유인지… 새삼 적응이 안되기도 한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여유라…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매일 여유 있게 살면 그것도 피곤한 일이지만 말이다. 조금 기다리니, 급식비를 담당하시는 분이 오신다. 나는 내가 먹은 3일 치만 계산하고 나올 수 있었다.
학원에서 나와서 시내로 지하철을 타고 간다. 내 기분이 홀가분해서 그런 것일까, 그 날 날씨는 정말 좋았다.
2월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춥지도 않았고, 따뜻했다. 시내로 향하는 도중, 환불받지 못한 책 2권을 헌책방에 팔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반월당에서 가까우니, 잠깐 들렀다가 팔고 다시 집으로 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월당에서 내려서, 헌책방으로 향한다.
"저기… 이거 책 2권 팔려고 왔는데요."
"어디 한번 봅시다."
책방 주인은 책을 살펴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이거는… 어차피 돈도 얼마 안 되겠는데요."
"얼마쯤 주실 수 있나요?"
"음… 권당 천 원 쳐드리죠."
'권당 천 원이라니… 너무 싸게 받는 것 아냐? 그래도 거의 새 거인데… 그런데 어차피 가져가 봤자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가지고 있어봤자 필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컸기에, 그냥 한 권당 천 원이라는 헐값에 팔아버렸다.
한 권당 만 2천 원짜리 책을 천 원에 파는 일이라니… 약간 아쉬운 상황이긴 했지만, 합격의 여파로 기분도 좋은 상황이었기에, 그냥 팔아버렸다.
"어디 합격하셨습니까?"
"성균관대 합격했습니다."
"우~와~ 성균관대! 축하드립니다." 라며 큰 반응을 보여 준다.
이제 학원과 수능시험에 관련된 일은 모두 끝난 셈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다. 오늘부터 성균관대학교 수강신청이 시작이라니, 아니 이미 재학생들의 수강신청은 끝난 상황이고, 편입생과 복학생들의 수강신청은 오늘부터 시작이었다. 결국, 내가 들을 수 있는 수업은 몇 개 없다는 소리였다. 이미, 인기 있는 강좌 대부분은 사람들로 가득 차 버렸기 때문이다. 어제 메신저에서 만난 합격생들을 통해서 얻은 정보로 대충 수강신청은 완료했다.
드라마특강, 미국문학개관, 영국문학개관 등등 처음 보는 과목들이 전부였는데… 처음으로 공부하게 되는 과목들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나도 드디어 제대로 된 대학생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수년간 공부를 하며 지내왔던 경북대학교 도서관을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도 많이 든다. 그만큼, 내가 최근에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낸 곳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시원섭섭하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
"2월 23일 수요일"
따뜻한 햇살이 내려쬐는 겨울날, 수강신청도 끝냈고, 이제 내일 있을 오리엔테이션을 기다리고 있다. 딱히, 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 이런 여유, 이제 조만간이면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서울에 올라가서 방도 알아봐야 할 것인데, 아마도 이미 학교 주변에 좋은 방은 다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도움될 것은 없으니, 이 여유를 즐겨보기로 한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려 하는데 바깥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온다.
길 고양이 한 마리가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보통 고양이들이 집에 자주 들어오는 편이긴 하지만, 이 녀석은 뭔가 다르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서 재롱을 부리니…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겨울날, 우연히 집으로 들어온 고양이 한 마리와 시간을 보낸다.
▲ 처음보는 고양이와 한가한 시간을...
이제 내일이면 서울로 가야 한다. 대구와는 이제 작별할 시간이 슬슬 다가오는 것이다.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때마침 형도 대구에 올 일이 있다고 해서, 분당에서 만나서 같이 내려오기로 되어 있던 차였다.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서울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형 차를 이용해서 이사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대구로 올 일이 한번 더 있기는 했지만…
짐을 챙기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사실 왔다가는 시간도 아닌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실질적으로 마지막 날은 오늘이었다.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고,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마지막으로 정든 학교로 간다. 경북대학교 학생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다. 친구들이 내게 명예학생증이라도 줘야 한다고 할 정도로… 마지막으로, 내가 공부를 하던 열람실에 들러서 책을 좀 보고, 마지막으로 사람들도 만나고, 작별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2011년 편입 일기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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