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도전기 "27.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
사실, 순간적으로 갑작스럽게 큰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편입 시험을 치게 된 것인지라 어떤 면에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다."라는 막연한 희망이 계속해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마치, 뭔가가 나를 이끄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었던지라,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그때의 순간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기억이 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는 "인생"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 시험에서 합격을 하기 전까지 내가 시도했던 거의 모든 굵직한 것들은 이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거의 대부분 "대패" 혹은 "참패"의 과정을 거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니 당황스러우면서도 행복한 감정이 동시에 드는 느낌이었다고 할 수 있을 듯했다.
# 2006년에 군대에서 "영절하" 방식으로 시작했던 영어 공부, 그 영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 5년 뒤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
그다지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아마도 이때 처음으로 들었던 듯하다. 2006년에 군대라는 오지에서 겨우겨우 "영절하"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던 것이 일종의 씨앗이 되어서, 5년 뒤에 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그때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때는 그저, 외국어를 하나라도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고 어차피 그 외국어를 공부해야 한다면, 이왕이면 영어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치 백지상태에서 무작정 도전했던 것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냈던 것 같다.
그렇게 무모한 방식으로 공부를 시도했던 당시에는 "내 방식을 나무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지만, 결국 이렇게 내가 추구했던 방식이 "실전 시험"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가 되었으니, 나름의 내 방식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다시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에 들어온 뒤의 일에 관해서 간략하게 써보도록 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으니 모든 것이 생소하면서 신기했던 시기였다.
# 영문학과는 영어와는 다른 것 같다.
내가 영문학과에 오기 전에 "영문학과"에서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과 실제로 영문학과에서 공부하는 내용은 너무나도 달랐다. 영문학과인이 아닌 상태에서 영문학을 생각했을 때는 "실용영어"와 같은 내용을 많이 배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영문학과에서 수업을 들어보니 그런 내용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그런 "실용 영어" 수준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하는 수준이고, 영문학과 수업 시간에는 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법 더 고차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편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문학 시간에는 주로 외국인 교수님의 "국제어" 수업을 들었는데, 외국인 교수가 이끄는 수업은 우리나라 교수님이 이끄는 수업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예전에 "EBS"에서 방영을 하면서 잠시 화제가 되었던 "하버드대학교 특강,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수업과 상당히 닮아있는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작품을 공부하는데도, 정형화된 규칙을 암기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문학적인 지식과 규칙 위에서 "우리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이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수업은 끊임없이 질문을 낳고, 그에 대한 답변은 질문을 낳는다. 그것이 바로 "영문학과"에서의 문학 수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다른 수업보다는 이렇게 외국인 교수님의 문학 수업을 즐겨 들었다. 비록 당시에 여전히 내 "실용 영어"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수업을 따라가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지만, 외국인 교수님의 수업은 내가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 영어학과 영문학, 전혀 다른 두 가지 색의 학문
우선 먼저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영문학과의 수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우리가 흔히 "어학"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영어 학적인 부분과 다른 나머지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영문학"이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문학의 경우에는 주로 "문학작품"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는 교수님의 성향과 수업 스타일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주로 수업을 들었던 외국인 교수님의 경우에는 주로 "끊임없는 질문"을 우리들에게 던지는 스타일이었던지라 수업시간에 주로 토론이 벌어지는 모습이지만, 다른 교수님들의 경우에는 "문학사"와 같은 이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식의 "암기형" 수업이 진행되기도 하는 모습이었으니, 이러한 "인문대"에서의 수업은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크게 갈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학"의 경우에는 주로 "영어"를 파고들어서 분석하는 내용을 다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마치 수학처럼, 다루는 것인데 문장 요소를 분석하고, 규칙을 발견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간다면, 시대별로 다른 규칙을 찾아내고 비교하기도 하고, 다른 언어끼리 비교를 하기도 하는데, 학부 수준에서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학 분야 역시도 크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생활 영어"와는 상당히 다른 편이다. 뭔가 정말 학문을 위한 학문 수준의 내용인지라, 실용 영어에는 크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 회의에서 사용하는 FORMAL 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영문학과의 주된 수업 내용은 크게 위에서 설명한 영문학과 영어학이 대부분일 것이지만, 각 학교별로 "영어" 그 자체를 배우는 수업이 있기도 할 것이다. 비록 이런 내용은 주로 "교양과목"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행히도 우리 학과에서는 "국제 회의장"에서나 사용될 법한 아주 FORMAL 한 영어를 배우는 수업이 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이 수업을 단 한 학기 들어볼 수 있었는데, 당시 이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님이 은퇴 직전 마지막 학기에 수업을 들었던 것이다. 수업의 이름은 "INTERNATIONAL ENGLISH SKILLS"라는 수업이었는데, 수업 자체도 힘들고 성적도 받기 힘든 수업으로 유명했었다. 개인적으로도 단 한번 수업을 들었지만, 이 수업으로 인해 학점을 많이 까먹기도 했고... 수업을 듣는 내내 이 수업에서 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았던지라, 그 학기에 들었던 다른 수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기억이 난기도 한다.
그래도 이렇게 "FORMAL"한 영어를 이때 배워두었기에 나중에 졸업을 하고도 유용하게 나름 고급진 영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실제적으로는 가장 도움이 되었던 수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영문학과에서 어떤 수업을 다루는지에 대한 내용의 글이 되어가고 있지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잃은 것도 있지만, 나름 얻은 것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잃은 것이라고 한다면, 이전까지는 주로 "규칙"에 집착하는 영어를 공부해서 깔끔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면,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난 뒤로는 특히 문학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문법"과 같은 규칙을 발견하게 되면서 뭔가 언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느슨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영어에 대한 지식은 넓어지고,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시험에서 요구하는 "문법 규칙"과 같은 문제를 볼 때는 오히려 헷갈리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중세 영문학"을 공부하고 난 뒤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중세 및 르네상스에서 사용하던 영어 문법과 현대 영문법이 조금 차이를 보이는 모습이기에 더욱더 영어 문법에 관대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좋은 것이고 어찌 보면 아쉽게 작용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일이 많았지만, 여기에서는 크게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래도 대학을 다시 가게 된 이후로는 뭔가 "영어 공부"가 일상이 되어 버리면서, 이전처럼 크게 방법론에 대해서, 혹은 경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 크게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이렇게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내가 "공부"를 해온 방식이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남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시도한 영어 공부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결과 혹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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