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도전기 "26. 성균관대학교 면접일"
다시 시간은 과거로 흘러간다. 어찌 되었건 연세대학교 2차 시험, 서류 전형에 필요한 서류들을 모두 첨부해서 우체국으로 보내고 나니, 힘이 빠져온다. 한 단계 한 단계가 마치 큰 산을 넘는 것 같은 그러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름의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현실은 아무래도 무언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순간순간이 그저 즐겁지만은 않았다. 쫄깃한 긴장감을 안고 지나가는 것이니 말이다.
# 성균관대학교 1차 합격자 발표
그래도 이렇게 연세대학교로 서류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하고 무거워지기도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뭔가 더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안타깝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서류제출을 하고 나니 그제야 생각이 나는 것이 있다. 바로 이 날이 성균관대학교 1차 시험 합격자 발표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성균관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합격자 확인을 해보았다. 수험번호와 이름을 적고 보니, 결과가 나왔는데, 예상치 못한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2단계 면접 대상사로 선발되었습니다."라고 하는 긍정적인 문구가 보였던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로 이렇게 합격을 하게 되니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는 단 두 곳에만 서류를 접수했는데 최소한 이렇게 1차에서는 모두 합격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합격의 기쁨도 잠시,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도 면접일 까지는 약 4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복장부터 준비까지 모든 것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리도 면접시험이라 함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서 학교에서 면접을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시간과 차비 역시도 만만치 않았다.
# 면접을 어떻게 준비할까?
성균관대학교 시험 전형에 쓰여있는 "심층 전공 면접"이라는 문구가 상당히 걱정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름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기는 했지만, 영문학과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니, 영문학과 전공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오게 되면 고전하게 될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일단 복장부터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캐주얼하게 대충 입고 갈 것인지, 나름의 격식을 갖추어서 정장을 입고 갈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 역시도 얼마 전에 연세대학교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도움을 주었던 형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그 내용은 바로 "내 위주로 생각하지 말고, 면접관 위주에서 생각하라는 것."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보이려면 아무래도 정장을 입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평소에는 입지도 않는 정장을 입으려고 하니, 뭔가 어색하긴 했지만, 깔끔하게 보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복장은 정장으로 선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면접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많은 것을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약 3일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한다고 해도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내용을 준비하지도 않는 것은 아니었고, 대충 어떤 내용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올까 하는 나름의 예상 질문을 생각을 해보고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다지 매끄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전공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어떤 것이 맞는 정답일지에 대해서 잘 모를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냥 최대한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모든 것에 솔직하게 대답을 하기로 말이다. 아는 것은 아는 대로,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모른다고 대답을 하되, 최대한 열의를 보이는 방향으로 보이도록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면접날은 다가왔다.
# 2011년 1월 21일 성균관대학교 면접일
드디어 면접날 아침이 밝았다. 이번에도 면접 시간은 점심시간 즈음에 잡혀있었다. 그래서 굳이 전날부터 서울로 가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동대구역에서 KTX에 탑승을 하고 학교로 향했다. 이번에 시험을 보게 될 곳은 바로 "국제관"이라는 곳이었는데 건물이 상당히 깔끔해 보이는 것이 새로 지은 건물인 듯한 모습이었다.
면접장소에 들어가서 자리를 확인하고 대기실에서 자리 기다리고 있으니, 면접 관계자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먼저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오늘 면접순서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을 해주었다. 면접은 "수험번호" 순서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수험번호는 아마도 "가나다" 이름 순으로 진행이 되는 듯했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내 앞으로는 약 10명 정도가 있는 모습이었는데, 한 명당 약 5분 정도씩 면접을 본다고 하니, 내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약 50분 정도였을 것이다.
사실, 이 정도면 그다지 늦은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인문대학에서 영문학과에 지원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기에 1차 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숫자만 무려 26명 정도가 되었던 것이었으니, 그중에서 10번째 정도로 면접을 본다면, 그다지 늦은 편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을 대기하는 동안 슬슬 긴장이 되어왔지만,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이라고 느꼈다. 어떤 대인배가 이런 상황을 앞두고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덜 적게 긴장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행운이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 면접이 시작된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결국 내가 면접을 볼 시간이 다가왔다. 이렇게 막상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굉장히 긴장이 많이 되기 시작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면접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하고 내가 먼저 면접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면접관 한 분께서 맞받아주신다.
"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면접관 한 분께서 맞받아주신다.
면접실 안에는 면접관이 두 분 계셨다. 아마도 두 분 모두 영문학과 교수님일 것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왼쪽에 앉아계시던 면접관이 서류를 보면서 내게 묻는다.
"대구북중학교를 나오셨고. 경상고등학교를 나오셨네요. 경상고등학교는 경상도에 있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대구에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구에 있습니다."
크게, 대단하지 않은 질문이었기에 간단하게 답변을 했다.
"아니, 그런데 원래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셨네요? 영문학을 지원하신 이유가 뭡니까?" 면접관이 다시 내게 묻는다.
"그게, 공부를 하다 보니 적성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학위는 받으셨네요?"
"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것 마무리는 제대로 하고 다른 것에 지원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아~ 시작을 했으니까 그래도 마무리를 하고서 다른 걸 하시려고 하신다. 그런 거죠?"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게, 공부를 하다 보니 적성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학위는 받으셨네요?"
"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것 마무리는 제대로 하고 다른 것에 지원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아~ 시작을 했으니까 그래도 마무리를 하고서 다른 걸 하시려고 하신다. 그런 거죠?"
"네,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
"그런데 문학에 관심이 있어서 영문학과에 지원을 하신 거면, 국문학이 더 낫지 않나요? 영어를 국어보다 더 잘하는 건 아닐 테고, 왜 굳이 영문학과에 지원하셨는지 궁금한데요?"
"네, 물론 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국문학의 경우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것도 있고, 제 모국어가 한국어다 보니 혼자서 찾아서 읽고 공부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영문학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도 있고 해서 혼자서는 공부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네, 물론 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국문학의 경우에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것도 있고, 제 모국어가 한국어다 보니 혼자서 찾아서 읽고 공부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한 편이지만, 영문학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도 있고 해서 혼자서는 공부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혹시 영문학 관련 작품을 읽어보신 게 있나요? 아니면 꼭 관련이 없더라도 읽어보신 책 같은 건 있으신지요?"
"영문학 관련 작품은 읽어본 게 없습니다만, 소설 같은 책은 좀 읽어본 것이 있습니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보셨나요?"
"음...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하려니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든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같은 것들을 좀 읽었습니다."
"원서로요?"
"원서로 읽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영문학 관련 작품은 읽어본 게 없습니다만, 소설 같은 책은 좀 읽어본 것이 있습니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보셨나요?"
"음...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하려니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든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같은 것들을 좀 읽었습니다."
"원서로요?"
"원서로 읽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진땀을 흘려가며 한창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으니, 밖에서 "똑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면접 시간이 모두 끝이 났다는 소리다. 5분밖에 되지 않는 면접시간이었지만, 그 5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시간이 갈수록 내가 불리해지는 상황에서의 면접이었던지라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밑천이 다 드러나는 그런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 진행을 도와주고 있던 분에게 이제 가도 되는지 물어보았더니, 끝이 났으니 바로 가도 된다고 한다. 그렇게 뭔가 아쉬운 짧지만 강렬했던 면접은 끝이 났다. 그 5분을 위해서 이렇게 멀리서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뭔가 허무하기도 하다.
그래도 이 날의 5분이 내 앞으로의 인생을 바꾸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처음에는 2차 면접에서 불합격했다는 소리를 비보를 듣게 되었지만, 운이 좋게도 추가합격으로 인해서 다시 합격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게 성균관대학교라는 곳과 인연이 맺어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깔끔하게 합격해서 들어갔더라면 조금 더 매끄러웠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불합격을 받았다가 다시 추가로 합격을 하게 되니, 뭔가 더욱더 귀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할까? 뭔가 나름의 드라마틱한 과정이 있었기에 더욱더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성균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게 시작하게 되면서 일종의 계열과 진로가 정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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