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도전기 "23. 연세대학교 편입 시험일"


영어 공부 도전기 "23. 연세대학교 편입 시험일"

# 연세대학교로 아침에 가는 것도 일이다.

2011년 1월 5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연세대학교 시험은 아침부터 시험이 치러지는 모습이었기에 새벽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분당에서 5500-1번 버스를 타고, 서울 명동으로 간 뒤, 거기에서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을 한 뒤, 신촌역에서 내려서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세대학교는 말만 들었을 뿐이지, 이렇게 실제로 방문을 해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혹시나 길을 못 찾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길은 단순했다. 신촌역에서 연세대학교 방향으로 쭉 걸어가기만 하면 학교를 찾아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법 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시험을 치기로 되어 있는 시험장이 바로 "종합관"이라는 곳이었는데, 굉장히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지라 정문에서부터 걸어 들어가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다행히 제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할 수는 있었다.



# 시험 시간은 총 2시간, 시험이 시작되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

강의실에 입실을 하고 나서 자리를 잡고 있으니, 시험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서 오늘의 시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시험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시험 시간까지 정확히 공지를 한 뒤에 시험지가 배부되고 시험이 시작된다.

시험 시간은 총 2시간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2시간이라고 하면 그래도 제법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누군가는 이 단 2시간을 위해서 수년을 준비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 시험의 결과로 인해서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 어찌 생각해본다면, 마냥 길지만도 않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 시험에 인생이 걸려있는 사람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문제를 살펴보니, 문제가 굉장히 길었다. 무려 A4 용지 앞뒤로 시험 문제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었는데, 일종의 이렇게 미리 쓰인 "논술문"을 읽고, 그 주장에 찬성한다면, 찬성하는 이유를 근거를 들어서 논술을 작성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주장에 근거를 가지고 반박하는 글을 쓰는 깃이 이 시험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시험 문제가 굉장히 길었던 탓에, 사실 시험 문제를 읽는 것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워낙에 길었던 탓에 필자가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어떠한 주장을 펼치는 것인지 명확하게는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나름 차근차근, 문장을 읽어나가고 해석한 바로는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타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밥(BOB)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철로에서 놀고 있는 한 아이와 동시에 그를 향해서 다가오는 기차를 발견한다. 그에게는 아이를 살릴 기회가 있었다. 바로 선로를 변경하는 스위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선로를 변경시키고 아이를 살릴 경우에는 반대편 선로 위에 놓인 자신의 아주 비싼 고급차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그는 "자신의 차"를 지키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문제 속에서 등장한 내용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것 외에도 다른 예들도 함께 들었는데, 주된 주장은 아마도 "사람들은 그다지 이타적이지 않다."라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상대가 말하는 요지를 파악했으니 이제는 내가 주장을 펼칠 차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상대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주로 연습했기에 그 방향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게다가, 글쓴이의 주장 역시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잘 맞아떨어진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 연세대학교 전경


우선, 서론에서는 내가 기존에 연습했던 방식으로 문장을 채워나갔다. 우선 먼저 이 글에서의 주장을 간략하게 요약을 하고,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떠한 내용을 근거로 들었는지에 관해서도 요약을 했다. 그러고 나서, 상대 주장에 반대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본론에서 내가 주된 반박의 근거로 든 것은 아마도 아래와 같은 내용일 것이다. 첫 번째는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쉽게 생각해서 사람들은 "상황에 종속된다."는 내용으로 반박을 한 것인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황에 종속이 되는 것이기에 심성 자체가 이기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수의 물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기에 그러한 내용을 역으로 이용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사례도 추가로 언급을 했다.

다른 반박의 근거로는 개인적으로 겪은 실제 사례를 내용으로 들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거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아동보호센터와 같은 기관에 기증하는 운동을 벌이고 실천했던 것인데, "사랑의 책 나눔"이라고 기획이 되고 진행이 되었던 이벤트를 가지고 주장을 채워나갔다.

마지막으로 주장의 근거를 채웠던 내용은 바로 "기부와 봉사의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기부나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나 시스템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네이버 콩"과 같은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이렇게,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주장을 펼쳐나가는 글을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A4용지 한쪽을 가득 채우는 글이 완성이 되었다. 그러고도 종이가 모자랐기에 뒷 페이지까지 글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더 많은 내용을 늘여서 자세히 쓰고 싶었으나 당시에는 내 영작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던지라, 그다지 많은 양의 글을 쓸 수는 없었다. 뒷페이지에는 약 5줄 정도의 글을 채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를 해보았을 때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아주 미세하게나마 조금 더 길게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겨우겨우 부랴부랴 어설프게 결론을 내고 나니, 시험이 종료될 시간이 되었다. 사실, 살짝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분명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는데, 괜히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고, 실제로 글을 적어나가는 문장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문장 하나하나를 써 내려가는데도 그다지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시험을 치르고 나니 뭔가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이것저것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다. 국내의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SKY" 대학의 한 곳에서 시험을 쳤다는 것에서 괜히 특별한 감정을 느껴볼 수 있기도 했다. "내 공부의 종착역이 여기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어찌 되었던 최소한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니 말이다. 물론, 시험의 결과가 좋아야 다음 라운드로 진출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시험이 끝나고도 쉽게 교정을 떠나지 못했다. 나름 멀리서 이렇게 왔는데, 시험만 치고 떠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교정 곳곳을 홀로 거닐어 보면서 마음 한켠에 스며드는 아쉬움을 달래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동시에 나도 결과가 좋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이 곳을 조금 더 자주 거닐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렇게 연세대학교에서 시험을 친 하루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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