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생의 이야기 6 "연세대학교 1차 결과 발표"


이적생의 이야기 6 "연세대학교 1차 결과 발표"


"연세대학교 편입학 1차 결과 발표"


다시 대구로 내려와서 내가 한 일은, 경북대학교 편입시험 준비를 위해서 화학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서울 쪽에 두 대학은 시험을 다 쳤으니, 이제 하나 남은 경북대학교 화학과 시험을 준비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11일에 경북대학교 편입 원서접수를 하고 여전히 경북대학교 도서관에서 화학을 준비를 하고 있다. 1월 13일, 연세대학교 1차 편입시험 결과 발표일이 다가온다.


'어차피 떨어졌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경북대학교 도서관이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편입학 1차 결과 확인 페이지를 클릭을 해본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으라고 한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적어 넣는 손가락이 떨려온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 버튼을 클릭해본다.




'1차에 진짜 합격했다고?'

'내가 뭘 잘못 본건가? 이게 합격했다는 소리인가?'


▲ 연세대학교 1차 합격자 발표 


갑작스럽게 화면에 이런 글귀가 출력이 되니, 적응이 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정신 차리고 확인을 해본다.

'이게 지금 합격했다는 소린가?' 다시 한번 더 꼼꼼히 읽어본다. 새로고침을 눌러도 화면이 그대로다.


'합격이다!'


그제야 감흥이 밀려온다. 당연히 탈락을 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면, 여태까지 치른 시험에서 처음으로 맛보게 되는 1승... 물론 아직 최종까지 합격한 상황은 아지만, 절반의 승리라도 처음으로 맛보게 되는 것이다.

긴장감이 탁 풀려오기도 하면서...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 작성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는 갑작스럽게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결국, 경북대학교 시험 준비는 잠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남은 기한은 약 4일, 오늘을 포함해서 4일 정도 남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 당장부터 긴장을 해가며 다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작성하기는 힘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중앙도서관도 곧 닫을 시간이 되었으니, 책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늘은, 처음으로 절반의 합격이라도 거둬 본 날이라, 하루쯤은 여유 있게 쉬어보고 싶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난 후, 공부를 시작한 뒤로, 마음 편하게 쉬어본 날이 수년간 한 번도 없었다. 쉬는 날에, 몸은 쉬고 있어도 마음은 항상 쪼들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저녁까지 푹 쉬고, 내일 아침에 깔끔하게 도서관에서 관련 책을 좀 구해서 읽어보고 인터넷으로 정보도 좀 구해 보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 저녁에는, 오래간만에 동보 형님과 다른 형들, 그리고 친구들과도 오래간만에 여유 있게 이야기를 조금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 있는 저녁을 보내고, 일찍 집으로 들어가서 쉬었다.


"2011년 1월 14일 금요일"


오늘 아침도 여전히 다른 날과 같이 경북대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예전 같았으면, 경북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 들어가는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았다. 괜히, 경북대생들에게 민폐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아무래도 내 학교가 아니니,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자 좌석 발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여기서 몇 년만 더 있다간, 아니, 곧 도서관에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쫓겨나는 처지가 될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연세대학교 1차라도 합격을 하고 나니, 그런 걱정은 많이 사라졌다.


이제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냥 나와 비슷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학업계획서 작성. 오히려 시험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기준으로 보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적절한 책을 구하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일부 자료만 참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그 자료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약간의 자료를 보니, 어떤 사람의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는 정말 세세하게 자세하게 소개가 되어있는데 반해, 어떤 사람은 정말 두리뭉실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합격. 어떻게 보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는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3일간 최선을 다해서 적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이 후회는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에, 태진이 형에게 이것저것 도움을 받고, 최종적으로는 김영미 선생님에게 검토를 받았다. 태진이 형은 나보다 한살이 많은 형이고, 경북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형이었는데, 대학원 진학할 때와 취업할 때의 경험이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바쁜 와중에도 신경을 써주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김영미 선생님은 경북대학교 어학교육원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치시는 분이다. 어쩌다 알게 되었는데,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많이 봐오셨다고 해서, 내가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검토를 좀 해주실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다. 겨우 겨우, 작성을 하고 일요일에 최종적으로 검토를 받으러 갔다.


"이거는 보기 지저분하니까, 이런 건 빼고, 들여 쓰기 확실하게 하고…"

"영문학은 문학을 다루는 거니까 거기에 관한 내용을 꼭 적어야 하거든, 니 지금 이렇게 적어놓으면 학교 가서 결국 번역이나 하겠다는 걸로 밖에 안보이니까, 이거 바꿔라."

"…"


그렇게 최종적으로 검토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미완성된 완성본을 가지고 제출할 준비를 한다. 2011년 1월 17일 월요일, 오늘 오후 5시 전까지 우체국으로 보내지 못하면, 제 날짜에 도착을 하지 못한다. 우편으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 것이다. 마지막까지 조금이나마 더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할 수 있는 만큼 시도를 해보지만, 제출기한을 1시간 정도를 남기고는 이미 힘이 다 빠진 상황이다. 제출 1시간 전, 태진이 형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래, 보내준 자기소개서 읽어봤는데… 학업계획서에 쓰여있는 게 좀 막연한 것 같은데, 그걸 좀 구체적으로 해줬으면 좋을 것 같네."

"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제 힘이 다 빠져서 도저히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제출할 때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 그거 언제까지 내야 되지?"

"내일까지 도착해야 되는데, 우체국 이제 1시간 후면 문 닫습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러면 좀 일찍 가서, 1시간 전쯤에는 그냥 제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괜히 시간 놓쳐서 제출 못하면 안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제 가려고요."

"그래 고생 많이 했다.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

"이게 다 형님 덕분이죠 뭘…"

"…"


그렇게 우체국에 도착하니, 40분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제, 정말 마지막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내 손에서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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