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이야기 "션에게 카네이션 한송이를 下"


성균관 이야기 "션에게 카네이션 한송이를 下"

11

“Hello. Mr Lee…”

영문학과 MT 중, 학생들끼리 조를 편성해서 게임을 하고 있는 중에 다른 교수님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지루했던 것인지, 션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옆에 쌓여있던 소주 박스에서 소주를 한병 꺼내며, 내 손에 종이로 만들어진 소주잔을 쥐어주며 이야기를 한다. 얼떨결에 그의 술을 받고, 나도 그에게 술을 한잔 따라 올린다.



학교 생활을 하던 중, 그와 술을 한잔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 이 학교로 이적한 동기들 중 몇몇 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었다.

“아… 션 교수님이랑 술 한잔 하고 싶긴 한데… 영어를 잘 못해서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 좀 난감할 것 같기도 하다.”

션 노르만딘 교수 역시도 말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나 볼 때는, 그에게 최대한 많이 이야기를 걸어야 어색한 분위기를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내 영어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와 대화를 하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았다. 그의 직책, 교수라는 권위에 지레 압박을 당해서 그런 것인지 이상하게 그 앞에서는 더 말이 꼬이고 잘 표현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2012년, 영문학과 MT, 그가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 그와 나란히 앉아서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Yes맨 정신은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Cheers!”

한창,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둘이서 조용히 술잔을 입에 털어 넣는다. 안주도 하나 없이 말이다. 술잔 가득 술을 따라 입에 털어 넣은 그는, 다시 내 잔에 술을 가득 따라 넣는다. 그리고, 술병을 받아 든 나는 다시 그의 잔을 소주로 가득 채운다.

방의 한쪽 구석에서 벽에 기대어 앉아 우리는 다른 학생들이 재미있게 게임을 하면서 노는 장면을 보고 있다. 그도, 나도 말이 별로 없다. 사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만히 있던 나는 말을 건넨다.

“I thought that you didn’t come last year’s MT. I have seen some photos of you in the English department’s cafe.”
“No, I didn’t.  I just came here every other year, Last year, I didn’t come, but yes, I visited English department’s MT 2 years ago.”

그러고 나니 다시 딱히 할 말이 없어진다. 션 교수는 다시 술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소주가 가득 담긴 술잔을 털어 입에 넣는다. 나 역시 그의 모습을 보니, 술잔을 통째로 입에 털어 넣어야 할 것 같다.
다시 그는 나의 빈 잔에 소주를 가득 담는다. 나 역시 그의 잔에 술을 가득 담는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말이 없이 벽에 기대어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노르만딘 교수가 우리나라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영어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당시 내 영어 실력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션 노르만딘 교수의 한국어 실력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조금 전 영문학과의 MT 중, 학생들이 교수님들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었다. 학생들의 질문은 션 교수에게 몰리게 되었고, 질문 중에는 이러한 질문도 있었다.

“혹시 한국말 중에 아무거나 할 수 있는 말 한번 해보시면 안 됩니까?”

션 교수는 한참을 고민하다. 천천히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기가… 인천 공항… 입니까?”

단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학생들은 그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그의 한국어 실력이 이러할진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영어로는 딱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으니, 그렇게 벽에 기대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가 다시 술잔을 들며, 건배 제의를 한다.

“Cheers”

채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술잔을 가득 채운 소주 3잔을 연거푸 들이마시니, 슬슬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옆에 앉아서 술병을 들고 있는 션 교수를 바라보니, 그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멀쩡해 보였다. 그런 그가 다시 술병을 들고, 내 잔에 소주를 한잔 더 채워 담는다. 오랜만에 술을 마시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낌과 동시에, 백인에 대한 경외감이 들기도 했다. ‘혹시, 개척시대 때 신대륙 원주민들이 백인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감정이 이런 것인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상태로 주는 대로 다 받아 마시다간, 아마 이번 MT에서 가장 먼저 잠에 빠져드는 사람이 될 것 같다…’라는 불안감이 머리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전에 막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왔을 뿐인데... 그렇게 나는 한번 살아보겠다고 내 술잔에 술을 가득 담으려고 하는 그를 보며 다급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Wait.” 마치, 그가 마에스트로의 입을 막을 때, 던진 말과 같은 톤으로… 그러고 나서 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I am afraid that… I am not good at drinking these kinds of alcoholic beverage…”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급한 마음에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서 이야기를 했다. 술을 잘 못 마신다라는 영어 표현이 과연 저것이 맞는지는 의심스러웠지만, 다행히 의미는 전달이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이후로, 그는 내 잔에 아주 미량의 술을 따라줄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와의 힘겨운 술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여러 학생들이 모여 있는 술자리를 돌아다니며, 술을 한잔씩 돌리며, 학생들을 초토화시키며 돌아다녔다. 시작부터 호되게 당한 나는 그를 피해서 결국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새벽 공기는 쌀쌀했지만, 그와 술을 마시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몇몇 친구들과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이야기를 하며 밤을 지새웠고, 새벽 동이 틀 무렵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다시 나타나며 인사를 건넨다.

“Hello. Good morning.”

피곤에 지친 학생들, 다른 교수들의 모습과 비교되는 상쾌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푸른색의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2

“리주허”
“기명쥐”
“쟝 한뷰얼”
한참 출석을 신나게 부르던 그가 갑자기 말이 없다. 그가 출석을 부르기를 멈추고 한동안 가만히 잇으니, 옆자리에 앉은 학생들과 수다를 떨고 있던 학생들 역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어서 이야기를 멈춘다. 갑작스럽게 정적이 감돌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하고 나 역시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딱히 특별히 평소와 다른 특별한 점이 발견되지도 않는다. 강의실은 크고 넉넉했기에, 학생들의 자리가 부족한 문제도 없었다.

그는 갑작스럽게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인지, 사색하는 듯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잊어 비리고 가져오지 못한 것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계속해서 유지가 되었다. 도대체 그가 왜 갑자기 출석 부르기를 멈추고 사색에 잠긴 것인지에 대해서 그가 다음 출석명단을 외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밀러왕”

그는 내 옆자리에 있었던 “밀러왕”이라는 친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출석을 부르면서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항상 출석을 부르면서 대답을 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응시했다. 그래서 처음 약 3주간은 출석을 부르는데 약간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지만, 3주가 지난 이후부터는 출석을 부르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진다. 출석을 부르면서, 그가 뇌리에 기억된 학생들은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그가 알아서 출석체크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아마도, 갑자기 부르던 출석을 멈추었던 것에는, “밀러왕”이라는 인물이 가진 캐릭터가 독특했기 때문에, 무슨 특징이 있었는데… 까지만 기억이 났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우리는 추측을 해보았다. 밀러왕이라는 인물은 당시 머리를 새빨간 색으로 염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교수들처럼 형식적으로 출석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출석을 부르면서도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기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수업에서는 출석만 체크한 뒤 강의실을 빠져간다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에는 한 학기에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을 3개나 들었던 학생이 있었다. 이미 학교 졸업 전에 CPA 시험에 합격을 한 친구였기 때문에 성적 욕심 없이 졸업 요건만 갖추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던지라, 그의 수업 시간에는 항상 출석만 체크를 한 뒤 나갔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간고사, 기말고사, 그리고 과제는 무난하게 제출했다고 하는데, 그가 최종적으로 받아 든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가 매번 션 노르만딘 교수의 수업에서 출석만 체크하고 나갔던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번은 그가 수업을 하던 중, 한 학생이 짐을 챙겨서 강의실에서 빠져나갔다. 학생이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본 션 노르만딘 교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진 뒤, 그 자리에서 출석부를 뒤적이며 학생의 이름을 찾아내서 바로 체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기억력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 뛰어나다고 보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칭 시켜서 기억하는 것뿐 만이 아니다. 그는 시험 문제를 수업시간에 다룬 부분에서만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학기 동안에 많은 문학 작품을 발췌해서 읽고, 읽은 부분에 대해서 토의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그렇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에서만 정확히 시험 문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자신이 어느 부분을 다루었는지 놓치지 않고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놀라운 점 중의 하나였다.

13

“이제 맥퍼슨 교수님 은퇴하시면, 담당하셨던 영어실습 과목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글쎄요. 학과장님께서 우리 학생들 영어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회화 관련 수업은 교양으로도 충분히 있으니까, 그런 수업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 사실, 맥퍼슨 교수님 수업 정말 좋은 수업인데, 그 수업이 이제 없어지게 되면 영문과에서 실용영어를 담당하는 수업은 이제 전혀 없게 되는 거네요? 혹시 다른 교수님이 담당하실 예정이 전혀 없는 건가요? 저는 유림 복사 아주머니께서 박유정 교수님이 맥퍼슨 교수님 수업 자료 복사해가셨다고 하셔서 교수님께서 수업을 계속 이어서 하시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요.”
“네, 제가 담당하는 게 아니라, 맥퍼슨 교수님이 퇴임하시면서 저한테 수업 참고자료로 활용하라고, 자기가 원래 사용하던 교재는 너무 지저분하다고 유림 복사에 가서 받아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듣기로는 예전에 션 노르만딘 교수님께서 작문 수업하셨던 적이 있다고 하던데, 혹시 션 교수님이 회화나 작문 수업하실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네, 저도 여기 오기 전에 션 교수님이 작문 수업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션 교수님 자체가 워낙 문학 수업을 좋아하셔서, 작문 수업하시는 걸 상당히 싫어하세요. 션 교수님 계약 연장하시려면 논문도 쓰셔야 하는데, 논문도 안 쓰시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다른 교수님들이 션 교수님 걱정을 많이 하시고 계세요.”
“아… 그렇군요. 교수로 임용되고 나서도 할 일이 많네요. 논문도 쓰셔야 하고...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다른 영문학과 교수님들은 전부 인문관에 계신데, 왜 션 교수님만 국제관에서 있으신지 모르겠네요. 인문관에 빈자리가 없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작년에 저희 과 교수님 3분 은퇴하시면서 방이 많이 빈 걸로 알고 있는데…”
“아… 션 교수님이 국제관에 계속 있고 싶다고 하셔서 그래요. 여기로 올라오시라고 해도 본인이 싫다고 하셔서, 국제관에 계신 게 집에서 가까워서 식사하시기 편하시다고 그러시더라고요.”

4학년 1학기, 박유정 교수님의 “영어 교수 방법과 인지”라는 수업을 듣게 되면서, 박유정 교수님의 사무실에서 간혹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곤 했었다. 박유정 교수님 역시도 내가 4학년 1학기 수업을 들을 시기에 교수 임용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과 내의 여러 학생들과 소통을 나누고 싶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내가 간혹 불쑥불쑥 찾아가서 교수님의 시간만 뺏고 온 것일지도 있지만 말이다. 간혹 교수님의 사무실을 불쑥 찾아가 학교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이야기, 영문학과에 대한 이야기, 현재 학생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박유정 교수님을 통해서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을 수 있었고, 션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조금씩 엿들을 수 있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션 교수님이 영문학과 소속의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관에 있는 이유는 자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 단지 집과 가깝기 때문에 국제관에서 계속 머무신다는 것, 그리고 문학 수업을 너무 좋아하셔서 논문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션 교수님 논문은 안 쓰시고, 혼자서 무슨 소설 쓰신다고 하신 것 같은데…”

박유정 교수님을 통해서 션 교수님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논문을 쓰지 않고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 션 교수님이 직장을 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가 어떤 소설을 스고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교수님 시간을 너무 많이 뺏은 것 같은데,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 다음에 시간 나면 자주 오세요.”

그렇게 31620호의 방문을 닫고 나왔다. 션 교수님이 논문을 쓰지 않고, 개인적인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같은 학기, “중세 및 르네상스 영시” 등의 수업을 함께 수강하며 알게 된 친구인 상준이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도 역시 션 교수님에 생각을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Ah… 역시, 중세 시대의 현자 같은 느낌이다. 뭔가 대작 소설이 하나 나올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이 든다.”
한 번은 상준이라는 친구와 션 노르만딘 교수가 교내에서 우연히 마주쳤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션 교수에게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Ah… Mr Lee worried about the fact that you do not write a dissertation.”

이런 이야기를 학생에게 들을 상황이었으니, 아마 션 교수도 적잖이 당황스러워하지 않았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미스터리가 걱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션 노르만딘 교수는 상준 군에게 초서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요즘도 제프리 초서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다니, 정말로 그가 중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깊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답변을 마친 그는 아마도 상준 군과 헤어지면서 이번에도 그의 특유의 낮은 톤으로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마치, “To be continue…”의 느낌으로…

“See you Tuesday.”

14

“English Speaking and Writing Course.  In this course…”

강의실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 성적을 확인하다 우연히 다음 학기에는 어떤 수업이 있는지 한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가 되었다. 내가 학교에 몸담은 2년 간의 기간 동안은 개설된 과목과 담당교수가 거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학교에서 적을 옮기려고 하니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내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이 바로 션 노르만딘 교수의 “영어 회화 및 작문” 수업이었다.
‘그가 하는 회화 수업이라…’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많은 호기심이 일었다.

졸업을 하고 난 후, 그가 수업하고 있는 강의실을 찾았다.

“Ah… Yes, very clever! In that case, it could be… Hello.”

영어 회화 및 작문 수업, 첫 번째 수업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는 그의 강의실 뒷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가 보니, 그가 하던 이야기를 잠깐 멈추고, 나를 반긴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간다.

“Is there any… question?”

졸업을 했지만, 바로 취업 전선에 발령이 난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그의 회화 및 작문 수업이 어떤 형태로 이우러 지는지 궁금했던 마음에 그의 강의실을 찾았던 것이다.

그가 칠판에 큼지막하게 적는다. “PARK JAE YOUNG”그리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If you want to take a speaking course, there is a nice course by Park Jae Young. In this class, we will not deal with the speaking part. But, we are just focusing on the writing projects, especially about the English poetry. You are supposed to submit one essay a week.”
“So… If you don’t want to take this course or don’t like this course, then there is a very nice course by Park Jae Young.”

그의 강의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분명 같은 영문학과 강의실인데 면식이 있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졸업과 동시에 나와 같은 시기에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졸업을 했거나, 교환학생을 간 듯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역시도 다른 새로운 인물들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겠지…

새로운 학생들로 채워진 강의실에 있으니, 문득 2년 전, 이곳으로 이적해서 그의 수업을 처음으로 들었던 때가 떠오른다. 첫 학기부터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명 많은 재미있는 상황도 있었고,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것들도 잘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

첫 학기 리사이트를 앞두고, ‘캔터베리 이야기’ 서문을 리사이트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것을 혹시 중세어로 리사이트를 해도 되는지 한번 여쭈어보기 위해서 그의 사무실을 찾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날에 나누어준 수업계획서에 의하면 ‘International Hall’ 317호라고 쓰여있었다. International Hall이라, 학교 담장 밖에 있는 그 건물인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고 학교 정문 부근에 있는 철문을 지나서 건물로 가서 경비실에 말씀을 드렸다.

“어… 여기 그런 분은 없는데요?” 인터내셔널 하우스의 경비아저씨가 이야기한다.
“어?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 317호에 계신다고 적혀있었는데…” 내가 이야기한다.
“그래요? 다시 한번 확인해보죠.... 여기 보니까, 션 노르만딘이라는 사람은 없고, 노르만딘 스완이라는 사람이 5층에 있는데, 그분인 것 같은데, 지금은 안 계신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다시 경비 아저씨가 이야기한다.
‘아차!’ 그제야 내가 잘못 찾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경비 아저씨가 계속해서 말씀을 하신다.
“저기 지금 들어오시는 분이 노르만딘 스완 씨 부인되시는 분인데 한번 말씀해 보세요. 저기요!”

얼떨결에 나는 그의 부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션 노르만딘 교수님 사무실 찾아왔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한국말로 인사를 나눴다.
“안.. 녕하세요. 혹시 Can you speak English?”하고 션 노르만딘 교수의 부인이 내게 묻는다.
“Ahh… 저 영어 잘 못하는데.”갑작스러운 외국인과의 대화에 당황했던 나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션 노르만딘 교수님의 부인은 중국인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션 교수와 션 교수님의 부인은 예전 보스턴 대학교 대학원에서 만났다고 한다. 교수님 부인은 어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션 교수님은 문학을 전공했었다고 하는데, 두 분이서 좋은 인연을 만들고, 미국도 중국도 아닌 낯선 제3 국의 땅 대한민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그렇게 한국말이 서툰 션 교수님의 부인이 내 앞에서 더듬거리는 한국말과 손짓으로 내 질문에 답하려고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음… 션 노르만딘 교수, 저기… 건물…에 4시 30분까지…”

의외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말이 더 서툴자, 내가 영어로 말은 잘 못해도 알아듣는 건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서툰 한국말로 무언가를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이 내가 느끼기엔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실수로, 이름이 비슷한 다른 건물을 찾아왔을 뿐이고, 우연히 그의 부빈을 건물 앞에서 마주쳤을 뿐인데…

“Ah… I am guessing that it would be better speak in English. Even though I am not very good at speaking English, I think I will be able to understand what you mean.”

그러자, 션 교수님의 부인은 시원하게 영어로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냈고, 우리는 짤막한 대화를 마치고 헤어졌다.

영어로 국제관은 International Hall, 외국인 기숙사 같은 건물의 이름은 International House, 내가 이 학교로 이적한 초반, 건물 이름을 착각해서 생긴 이상한 에피소드, 션 노르만딘 교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 중의 하나이다.

15

“Sin I fro Love escaped am so fat,
I never thenk to ben in his prison lene;
Sin I am free, I counte him not a bene.”
“What does it mean?”

오늘도 그의 목소리는 강의실에 울려 퍼진다.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아니, 혹시나 그가 우리 모두와 함께 수억을 쌓아나갔던 그 강의실에서 더 이상 수업을 하지 않게 되더라도,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그의 목소리가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8분 전 강의실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정수기로 천천히 걸어가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강의실로 돌아와 시계를 보며, 한 손으로는 수염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학생들의 출석부와 그의 손목시계, 그리고 강의실 뒤편에 비치되어 있는 벽시계를 번갈아가며 확인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초침과 분침이 하나가 될 때, 그의 입술과 입술 사이에 공간이 생기며 힘찬 소리가 그의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울려 퍼질 것이다.

“배토이토이”
“유빗즈!!”

세월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한결같은 모습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 그는 여전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열정적인 모습으로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Ah! Very Clever!”를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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